전쟁의 '시작' 아닌 '전환'…미드나잇 해머, 중동의 룰을 바꾸다
미국의 '미드나잇 해머' 이란 핵시설 공습은 수십 년간의 '그림자 전쟁'을 종식시키고 중동 분쟁의 판도를 바꿨다. 이로써 미국은 위기 관리자를 넘어 분쟁의 중심 행위자가 되었으며, 쉽게 발을 뺄 수 없는 '팟 커미티드' 딜레마에 빠졌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비대칭 보복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동은 전면전 가능성을 포함한 예측 불가능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2025년6월23일
미국의 '미드나잇 해머', 중동 '그림자 전쟁' 종식시키고 분쟁 주역으로… '팟 커미티드' 딜레마
미국이 '미드나잇 해머'로 명명된 이란 핵시설 직접 공습을 단행하며, 수십 년간 이어진 이스라엘과 이란의 '그림자 전쟁'이 막을 내리고 중동 정세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번 개입은 미국을 분쟁의 중심 행위자로 부상시켰으며, 중동 지역의 안보 지형과 국제 질서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위기 관리자 역할에 머물던 미국이 이제는 분쟁의 결과를 책임져야 하는 '설계자'이자, 쉽게 발을 뺄 수 없는 '팟 커미티드(pot-committed)'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미드나잇 해머' 작전: 힘의 과시와 전략적 전환
미국은 이란의 3대 핵심 핵시설인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에 정밀 타격을 감행했다. 이 작전에는 미주리 주 공군기지에서 발진한 B-2 스텔스 폭격기와 지하 깊은 곳의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13,600kg급 GBU-57 '벙커버스터' 폭탄 등 미국의 독점적 군사 자산이 동원되었다. 미국은 이번 공습의 목표가 "이란의 핵 농축 능력 파괴"에 있으며 정권 교체는 목표가 아니라고 밝혔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왜 정권 교체가 없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이중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이 작전은 단순한 군사 타격을 넘어, 이란의 억제력을 무력화하고 정권의 취약성을 드러내려는 강력한 전략적 메시지로 평가된다. IAEA의 안전조치 하에 있던 핵시설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직접 공격한 것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근본적으로 약화시키는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분열된 국제사회와 이란의 보복 카드
미국의 군사 개입을 두고 국제 사회는 극명하게 양분되었다.
- 찬성: 이스라엘은 미국의 공습을 "역사적 전환점"이라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 반대: 러시아와 중국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 외교적 공세를 펼쳤다.
- 우려 및 중립: 유럽 동맹국들은 이란의 핵 위협을 인정하면서도 확전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고 ,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아랍 국가들은 자국의 안보 불안 속에서 미국을 직접 비난하지는 않으면서도 모든 당사자의 자제를 촉구하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맞서 이란은 보복을 천명하며 다양한 비대칭 카드를 고려하고 있다. 가장 치명적인 변수는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위협이다. 해협의 완전 봉쇄는 이란에도 '경제적 자살 행위'가 될 수 있지만, 봉쇄 위협 자체를 무기화해 지속적인 시장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 외에도 약화되었지만 여전히 위협적인 대리 세력 네트워크, 정교한 사이버 공격, 역내 미군 기지에 대한 직접 공격 등이 보복 옵션으로 거론된다.
미국의 역할 변화: '소방수'에서 '설계자'로
이번 직접 개입으로 중동에서 미국의 역할은 근본적으로 전환되었다. 과거 분쟁의 배후에서 위기를 관리하는 '소방수' 역할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분쟁의 전면에 나서 새로운 지역 질서를 짜야 하는 '설계자'의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미국의 개입은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그림자 전쟁'을 종식시키고 분쟁을 공개적인 대결로 전환시켰다. 이로 인해 미국은 중국 및 러시아와의 전략적 경쟁에 집중하려던 기존 정책과 달리, 중동 문제에 그 어느 때보다 깊이 얽히게 되었다. 지역 동맹국들은 이제 안보 보장을 미국에 더욱 의존하게 될 것이며, 이란의 보복 위협 역시 미국에 집중될 것이다. 이는 마치 포커 게임에서 너무 많은 돈을 걸어 판을 포기할 수 없는 '팟 커미티드' 상태와 같으며, 다른 글로벌 현안에서 자원과 관심을 돌려야 하는 전략적 부담을 안게 되었다.
향후 시나리오와 전망
향후 중동 정세는 세 가지 시나리오로 전개될 수 있다.
- 불안한 긴장 유지: 이란이 제한적 보복에 그치고, 양측이 긴장된 외교적 대치로 돌아가는 시나리오.
- 제한된 비대칭 분쟁: 이란이 전면전을 피하면서 사이버 공격, 대리 세력 공격 등 저강도 도발을 지속하는 시나리오.
- 전면적인 역내 전쟁: 이란의 오판이나 과감한 공격으로 미군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미국이 압도적으로 대응하여 파괴적인 분쟁으로 비화되는 시나리오.
장기적으로 미국의 개입은 사우디 등 걸프 국가와 이스라엘 간의 반(反)이란 안보 연대를 공고화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란의 핵무장 결의를 굳히고, 사우디 등의 연쇄적인 핵 개발을 촉발하여 국제 핵 비확산 체제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결국 '미드나잇 해머'는 중동의 지정학적 판도를 뒤흔들었으며, 그 결과는 이제 분쟁의 주역이 된 미국의 향후 전략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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