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영아 희귀 유전병(CPS1 결핍증)이 개인 맞춤형 유전자 편집 치료로 호전되었습니다.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등 다기관 연구팀은 단 6개월 만에 CRISPR 염기 편집 기술로 KJ 멀둔 아기만을 위한 '주문형 치료제'를 개발, 성공적으로 투여했습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도 주목한 이 사례는 NEJM에 게재되며, 희귀 질환 'N-of-1' 치료 시대의 새 희망을 제시했습니다.
생명 위협 희귀 유전병 'CPS1 결핍증' 앓던 영아, 6개월 만에 개발된 맞춤형 치료로 호전
2025년 5월 16일
CRISPR 기반 '염기 편집' 기술 활용…정밀 의료 새 지평 기대감
희귀 유전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개인 맞춤형 유전자 편집 기술이 획기적인 영아 치료 사례를 통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생명을 위협하는 희귀 질환인 '카르바모일 인산 합성효소 1(CPS1) 결핍증'을 앓던 영아가 단 6개월 만에 개발된 맞춤형 유전자 편집 치료를 받고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른바 'N-of-1'(단일 환자 맞춤형) 치료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영아 KJ 멀둔과 CPS1 결핍증
이번 최초로 치료한 영아 KJ 멀둔은 생후 얼마 되지 않아 CPS1 결핍증 진단을 받았다. 이 질환은 신생아 약 130만 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극희귀 질환으로, 단백질 분해 과정에 필수적인 효소가 부족해 체내에 치명적인 수준의 암모니아가 축적되는 병이다. KJ 역시 생후 5개월에 간 이식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할 만큼 위중한 상태였다.

전례 없는 속도, 6개월 만의 맞춤 치료제 개발
KJ를 살리기 위해 필라델피아 아동병원(CHOP), 펜실베이니아 의과대학(Penn Medicine), UC 버클리 혁신유전체학연구소(IGI)를 비롯한 여러 연구기관 및 기업이 협력에 나섰다. 이들은 불과 6개월이라는 전례 없는 기간 안에 KJ만을 위한 개인 맞춤형 생체 내(in vivo) CRISPR 기반 유전자 편집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치료에는 DNA 이중나선 전체를 절단하지 않고 특정 DNA 염기 하나만을 정교하게 바꾸는 '염기 편집(base editing)' 기술이 사용됐다. 연구팀은 KJ의 CPS1 유전자에서 발견된 단일 염기쌍 변이를 표적으로 삼아, 문제가 되는 DNA 염기를 정상적인 형태로 교정하도록 설계된 염기 편집기를 개발했다. 이 편집기는 RNA 분자 형태로 지질 나노입자(LNP)에 담겨 정맥 주사로 KJ에게 투여됐으며, CPS1 효소가 주로 생성되는 간세포를 정확히 찾아가 작용했다.

긍정적인 치료 경과와 의의
2025년 2월 첫 투여를 시작으로 수차례 치료를 받은 KJ는 심각한 부작용 없이 양호한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은 식이 단백질에 대한 내성이 증가하고, 혈중 암모니아 수치를 낮추기 위해 사용하던 약물의 필요량이 감소하는 등 치료 효과를 시사하는 긍정적인 징후들을 확인했다. 현재 KJ는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 치료 사례는 2025년 5월 15일,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의학 학술지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희귀 유전 질환 치료를 위한 환자 특이적 생체 내 유전자 편집"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으며, 미국 유전자세포치료학회(ASGCT) 연례회의에서도 발표되며 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CRISPR 의학의 역사적인 순간"이자, "명확한 치료법이 없는 다양한 희귀 유전 질환 치료에 유전자 편집 기술을 사용하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N-of-1" 치료, 희귀 질환 정복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이 희귀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환자 수가 적어 기존의 신약 개발 모델로는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치료제 개발이 더딘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CRISPR 유전자 가위 기술의 발전, 특히 이번 KJ 사례에서 활용된 염기 편집이나 더욱 정교한 편집이 가능한 프라임 편집 기술의 등장은 각 환자의 고유한 유전 정보에 맞춰 치료법을 개발하는 '주문형 치료', 즉 "N-of-1" 치료의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
이러한 맞춤형 접근법은 기술적 진보를 넘어, 이전에는 시장 논리에 의해 소외되었던 희귀 질환 환자들에게도 최첨단 의료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는 점에서 의료 민주화로 나아가는 중요한 단계로 평가된다.
향후 전망과 과제
KJ 멀둔의 성공적인 치료는 개인 맞춤형 유전자 편집 기술의 밝은 미래를 예고하지만,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치료 가능한 질환의 범위를 넓히고, 편집 효율성과 안전성을 더욱 향상시키는 한편, 간 이외의 다른 조직 및 장기로 치료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다.
또한, 초기 개발 비용이 높은 유전자 치료제의 가격 문제와 환자 접근성 확보, 그리고 장기적인 안전성 및 효과 추적 관찰 등도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J 사례와 같은 혁신적인 성과들은 전 세계 수많은 희귀 질환 환자들에게 희망의 빛을 던져주고 있으며, 학계, 산업계, 규제 당국, 환자 단체 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유전적 정밀성으로 건강을 되찾는 새로운 의료 시대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뉴스온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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