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에서 스테이블 코인으로, 결제 시장의 지각 변동 오나?

글로벌 결제 환경이 현금 중심에서 디지털 시대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법정화폐에 가치를 연동한 디지털 화폐인 스테이블 코인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현금 거래의 변화와 스테이블 코인의 부상, 그리고 이런 변화에 대한 문제점을 고민해봅니다.

현금에서 스테이블 코인으로, 결제 시장의 지각 변동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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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의 결제 시스템은 금에서 현금으로, 현금에서 신용카드로, 다시 디지털 결제를 거쳐 이제 스테이블 코인으로 진화하는 변혁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과거의 결제 시스템이 국가의 통제 아래 있었다면, 여러 국가에 걸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스테이블 코인은 직접적인 통제가 어려운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시합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스테이블 코인이 결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그 가능성을 고민해봅니다.

현금의 흐름: 사용량 감소에도 여전한 중요성

전 세계적으로 현금 사용은 감소하는 추세지만, 특정 사용자층과 거래 환경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결제 수단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주요 경제국의 현금 결제 현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미국: 2023년 현금은 전체 결제의 16%를 차지하며 세 번째로 많이 사용된 결제 수단이었습니다. 이는 2022년 18%, 2015년 35%에 비해 감소한 수치이지만, 월평균 현금 결제 건수는 7건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특히 저소득 가구와 고령층에서 현금 사용 비중이 높게 나타났으며, 예비적 및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현금의 역할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 유로존: 2024년 유로존에서 현금은 판매시점(POS) 거래량 기준 52%로 가장 빈번하게 사용된 결제 수단이었습니다. 소액 결제와 개인 간(P2P) 거래에서 현금은 여전히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현금을 결제 옵션으로 유지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일본: 역사적으로 현금 의존도가 높았던 일본은 정부 주도로 비현금 결제를 추진하며 2024년 비현금 결제 비율이 42.8%에 도달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OECD 국가에 비하면 여전히 현금 사용률이 높은 편입니다.
  • 중국: 2024년 중국에서는 모바일 결제가 전체 거래의 73.2%를 차지하며 지배적인 결제 방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현금 결제 역시 63.46%로 상당한 비중을 유지하고 있으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인 e-CNY 시범 운영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 한국: 한국은 디지털 결제 보급률이 매우 높아 현금 사용률은 10%대로 낮은 수준입니다. 최근 시장 금리 하락과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은행권 수요가 소폭 증가하기도 했으나, 장기적으로는 고령층 등 특정 인구 집단의 현금 선호로 인해 현금 사용이 일정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금 결제 비중 감소는 결제 건수 감소보다는 전체 결제량 증가에 따른 상대적 비중 축소인 경우가 많으며, 고령층, 저소득층, 소액 결제, 가치 저장 및 비상시 사용 목적에서 현금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이란 무엇인가?

스테이블 코인은 일반적으로 미국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 등 외부 자산에 가치를 연동하여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디지털 화폐입니다. 비트코인과 같이 변동성이 큰 다른 암호화폐와 대조됩니다.

주요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법정화폐 담보형: 은행 계좌나 단기 국채 형태로 보유된 법정화폐를 담보로 합니다. USDT(테더), USDC(USD 코인) 등이 대표적입니다.
  • 암호화폐 담보형: 다른 암호화폐를 담보로 하며, 기초 자산의 변동성 때문에 초과 담보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DAI(메이커다오)가 예입니다.
  • 알고리즘 기반형: 전통적인 자산의 직접적인 담보 없이 알고리즘과 스마트 계약을 통해 공급을 관리하고 페깅을 유지합니다. 과거 실패 사례(루나사태)로 인해 순수 알고리즘 모델에 대한 의구심이 있으며, 유럽연합(EU)의 암호자산시장법(MiCA)은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 상품 담보형: 금과 같은 상품에 가치를 연동합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가격 변동성 없이 암호화폐의 기술적 이점(속도, 저비용, 프로그래밍 가능성, 글로벌 도달 범위)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현재 법정화폐 담보형 스테이블 코인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으며 규제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의 글로벌 동향 및 규제 움직임

스테이블 코인 전체 시가총액은 2024년 8월 기준 약 1,612억 달러에서 2025년 3월 기준 2,290억~2,320억 달러에 달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테더(USDT)와 USD 코인(USDC)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페이팔이 발행한 PYUSD 등 신흥 스테이블 코인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주요국의 규제 동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 국제기구: 금융안정위원회(FSB)와 국제결제은행(BIS)은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국제적 규제 일관성 확보와 금융 안정성 유지를 위한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 미국: 포괄적인 연방 스테이블 코인 법안은 부재하지만, 주별 규제와 함께 연방 차원의 입법 노력이 진행 중입니다. 최근 행정부와 규제기관 중심으로 점진적인 수용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 유럽연합: 암호자산시장법(MiCA)을 통해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포괄적인 규제 프레임워크를 선도적으로 도입했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 스테이블 코인은 EU 시장에서 상장 폐지되기도 했습니다.
  • 중국: 민간 스테이블 코인을 금지하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인 e-CNY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 일본: 2023년 스테이블 코인 규제 프레임워크를 발효하고, 2025년 결제서비스법 개정을 통해 준비금 요건을 완화하는 등 시장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 한국: 2024년 첫 포괄적 암호화폐법을 제정했으며, 스테이블 코인을 구체적으로 다루는 2단계 입법을 추진 중입니다. 한국은행은 스테이블 코인 규제 형성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발행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의 실제 사용 사례

스테이블 코인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국경 간 결제 및 송금: 전통적인 방식보다 빠르고 저렴한 국경 간 거래를 가능하게 합니다. 특히 개발도상국으로의 송금에서 실제적인 활용 사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 기업 채택 (B2B 결제, 재무 관리): 기업들은 B2B 결제, 국제 정산, 재무 운영 효율성 향상을 위해 스테이블 코인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SAP, 페이팔, 마스터카드 등 주요 기업들이 관련 테스트 및 검토를 진행 중입니다.
  • 탈중앙화 금융 (DeFi): 스테이블 코인은 DeFi 생태계에서 대출, 차입, 수익 농업 등을 위한 안정적인 교환 매개체로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 신흥 시장에서의 가치 저장 및 금융 포용: 인플레이션이 높거나 통화 가치가 불안정한 국가에서 미국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 및 디지털 달러 접근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은행 서비스 소외 계층에게 금융 서비스 접근을 제공할 잠재력도 있습니다.
  • 한국의 사용 사례: 최근 한국 내 외국인 근로자가 은행 계좌 부재 등의 이유로 월급을 테더(USDT)로 수령하는 사례가 보도되었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에서 소외된 개인들이 스테이블 코인을 대안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낮은 송금 수수료와 최소한의 환율 변동성이라는 이점이 있지만, 미등록 노동이나 자금세탁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의 문제점과 과제

스테이블 코인의 성장과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점과 과제도 산적해 있습니다.

  • 금융 안정성 위험: 담보 부실이나 발행자 신뢰 상실 시 대규모 인출(뱅크런) 사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금융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불법 금융 악용: 자금 세탁, 테러 자금 조달, 제재 회피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 소비자 보호 문제: 사기, 발행자 파산, 불분명한 상환권, 해킹 및 스마트 계약 취약성 등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합니다.
  • 규제 불확실성 및 파편화: 명확하고 일관된 글로벌 규제 프레임워크 부재는 스테이블 코인의 광범위한 채택에 걸림돌로 작용합니다.
  • 상호 운용성 및 사용자 편의성: 서로 다른 스테이블 코인 및 블록체인 간, 그리고 기존 금융 시스템과의 원활한 연동이 중요하며, 일반 사용자들이 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 경험 개선이 필요합니다.
  • 기존 결제 수단과의 경쟁: 빠르게 발전하는 전통적인 디지털 결제 및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비해 명확한 이점을 제공해야 합니다.

신뢰와 규제 속에서 피어나는 미래

스테이블 코인은 기존 금융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새로운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잠재력을 가진 기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금융 안정성, 불법 금융 악용, 소비자 보호 등의 위험 요소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시장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본격적인 현실화의 선결 과제입니다.

향후 결제 시장은 CBDC, 민간 스테이블 코인, 그리고 진화하는 전통적 디지털 결제 수단이 공존하며 경쟁하는 다층적인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이 이 새로운 금융 질서에서 지속 가능한 역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우위뿐만 아니라 규제 준수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글로벌 규제 동향을 주시하면서 국내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과 원화 가치를 보호할 수 있는 독자적인 스테이블 코인 정책 및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도입 논의를 심도 있게 진행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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