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연구에서 녹차를 꾸준히 마시는 것이 치매 위험 요인인 '대뇌 백질 병변' 감소와 연관성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는 뇌 전반의 위축을 막는 효과는 아니며, 뇌 혈관을 보호하는 효과에 국한될 수 있습니다. 녹차의 핵심 성분인 EGCG는 인체 흡수율이 낮아 한계가 명확합니다. 따라서 녹차는 건강한 습관의 일부일 뿐, 치매 예방의 핵심은 균형 잡힌 식단, 꾸준한 운동, 활발한 사회적·인지적 참여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생활 습관입니다.
2025년7월23일
최근 "녹차를 꾸준히 마시면 치매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해외 언론 보도가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한 연구에서 녹차를 정기적으로 마시는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에 비해 '대뇌 백질 병변'이 더 적게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병변은 인지 기능 저하와 치매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됩니다. 과연 녹차 한 잔이 치매의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수 있을까요? 관련 연구 보고서를 심층 분석하여 그 과학적 근거와 한계, 그리고 진정한 치매 예방 전략은 무엇인지 알아봅니다.
日 연구팀 "녹차 섭취량 많을수록 대뇌 백질 병변 감소"
관심의 중심에 선 연구는 저명 국제 학술지 'npj 식품 과학(npj Science of Food)'에 실린 "지역사회 거주 치매 없는 노인의 녹차 섭취와 대뇌 백질 병변"이라는 제목의 일본 연구입니다. 연구팀은 치매가 없는 65세 이상 일본 노인 8,766명을 대상으로 녹차 섭취 습관과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분석하는 대규모 횡단면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연구 결과, 녹차 섭취량과 대뇌 백질 병변(WML)의 부피 사이에 유의미한 '용량-반응 관계'가 확인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하루에 약 3잔(600ml)을 마시는 그룹은 1잔 미만 그룹보다 WML 부피가 평균 3% 낮았고, 하루 7~8잔(1,500ml)을 마시는 그룹은 무려 6%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이 연구에는 대중적인 보도에서 간과되기 쉬운 중요한 지점들이 있습니다.
- 효과의 특이성: 녹차 섭취는 기억의 핵심 영역인 해마의 부피나 전체 뇌 부피 감소와는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는 녹차의 효과가 뇌 전반의 위축을 막기보다는, 뇌의 미세혈관 손상 지표인 백질 병변에 국한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 커피와의 비교: 연구에서 커피 섭취는 백질 병변을 포함한 어떤 뇌 지표와도 유의미한 연관성이 없었습니다. 이는 관찰된 효과가 단순한 카페인이 아닌 녹차 고유의 성분에서 비롯될 가능성을 높입니다.
- 연구의 한계: 이 연구는 특정 시점의 연관성만 보여주는 횡단면 연구로, 녹차 섭취가 백질 병변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연구 대상이 일본인 노인에 한정되어 다른 인구 집단에도 동일하게 적용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대뇌 백질 병변이란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
대뇌 백질 병변(WML)은 뇌 MRI에서 밝은 흰색 점으로 나타나는 비정상 부위입니다. 뇌의 정보 전달 고속도로 역할을 하는 '백질'에 미세 혈관이 손상되어 발생하며, '뇌소혈관질환(SVD)'이 주된 원인으로 꼽힙니다.
WML은 노화와 함께 만성 고혈압, 당뇨, 흡연 등 혈관성 위험 요인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단순히 노화의 흔적이 아니라 미래 뇌 건강의 강력한 예측 인자로, WML이 많을 경우 뇌졸중 위험은 약 3배, 치매 위험은 약 2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심할 경우 그 자체가 '백질 치매(White Matter Dementia)'의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녹차의 힘: 혈관 보호 효과에 주목
그렇다면 녹차는 어떻게 백질 병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요? 핵심은 녹차에 풍부한 폴리페놀의 일종인 카테킨, 특히 EGCG(에피갈로카테킨-3-갈레이트)에 있습니다.
EGCG는 강력한 항산화 및 항염증 작용을 통해 혈관 손상을 유발하는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 연구에서 녹차의 효과가 뇌세포 위축이 아닌 혈관 손상 지표(WML)에 집중된 것은, 녹차의 주된 작용 기전이 '혈관보호(vasculoprotective)' 효과에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합니다.
흥미롭게도 실험실 연구에서는 EGCG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베타와 타우 단백질에 직접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는 인체 내에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결정적 한계에 부딪힙니다. EGCG는 체내 흡수율, 즉 생체이용률이 매우 낮아 혈뇌장벽을 통과해 뇌 조직까지 도달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시는 녹차는 뇌 혈관 건강에 미약하지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는 있으나, 뇌세포 깊숙이 침투해 알츠하이머병 자체를 막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습니다.
◼︎ 치매 예방, '만병통치약'은 없다… 통합적 접근이 핵심
녹차의 잠재적 이점은 분명 흥미롭지만, 전문가들은 치매 예방이 단일 식품에 의존할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란셋 위원회는 전 세계 치매 사례의 약 40%가 12가지 수정 가능한 위험 요인에서 비롯된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치매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통합적인 생활 습관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 뇌 건강 식단: 지중해식과 MIND 식단
- 지중해식 식단: 과일, 채소, 통곡물, 콩류, 생선, 올리브유를 충분히 섭취하고 붉은 육류와 가공식품을 최소화하는 식단입니다. 강력하고 일관된 연구들이 이 식단이 인지 저하 위험을 낮춘다고 보고합니다.
- MIND 식단: 지중해식과 고혈압 예방 식단을 결합한 형태로, 특히 뇌 건강에 좋은 녹색 잎채소와 베리류 섭취를 강조합니다. 초기 관찰 연구에서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최대 53%까지 낮추는 놀라운 결과를 보였으나, 최근 대규모 임상시험에서는 일반적인 건강 식단을 따른 대조군과 비교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추가 이점을 보이지는 못했습니다. 이는 특정 식단 구성보다 칼로리 제한과 건강한 식단에 대한 인식 자체가 뇌 건강에 중요함을 시사합니다.
☑︎ 꾸준한 신체 활동: 뇌를 위해 움직여라
신체 활동은 치매의 강력한 보호 요인입니다. 주당 최소 150분의 중등도 강도 운동(걷기, 수영 등)과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운동은 심혈관 건강을 개선해 백질 병변의 위험을 직접적으로 줄이고,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를 촉진해 뇌를 보호합니다.
☑︎ 사회적·인지적 참여: '뇌 예비능'을 키워라
'사용하지 않으면 잃는다'는 원칙은 뇌에도 적용됩니다. 평생에 걸쳐 독서, 새로운 기술 배우기, 활발한 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인지 예비능(Cognitive Reserve)'을 구축합니다. 이는 뇌에 병리적 변화가 생기더라도 뇌 기능이 유지되도록 하는 회복력을 의미합니다. 특히 사회적 고립은 치매 위험을 60%나 높이는 주요 위험 요인이므로, 주변과 꾸준히 교류하는 삶이 중요합니다.
뇌 건강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라
녹차 섭취는 혈관 건강에 일부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한 습관입니다. 하지만 이를 치매 예방의 해결책으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진정한 치매 예방은 금연, 절주, 혈압·혈당 관리와 같은 기본적인 건강 관리에서 시작됩니다. 여기에 식물성 식품 위주의 균형 잡힌 식단, 규칙적인 운동, 활발한 사회적·인지적 참여를 더하는 '뇌 건강 포트폴리오'를 평생에 걸쳐 구축하는 것이 가장 강력하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전략입니다.
[뉴스온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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