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일본 쌀 시장 무엇이 문제일까?
일본 쌀값이 1년 새 두 배로 급등했다. 폭염에 따른 품질 저하, 30년 감산정책, 유통 매점, 관광객·밀값 상승으로 수요가 급증해 품귀가 심화됐다. 정부는 비축미 방출·25년 만의 한국산 수입에 나섰지만 고령 농가와 내열성 품종 전환 지연으로 효과가 제한적이다. 한국도 다품목 자급과 유통 투명성 강화가 필요하다.

최근 일본 쌀 시장이 전례 없는 혼돈을 겪고 있습니다. 심각한 공급 부족으로 쌀 가격이 폭등하면서 일본 열도가 술렁이고 있으며, 이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쌀 공급 과잉을 걱정했던 한국이 일본으로 쌀을 수출하게 된 배경과 일본 쌀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끝나지 않는 쌀값 상승과 품귀 현상
일본에서는 2024년 들어 쌀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심각한 물가 불안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4년 6월 이후 쌀 가격이 급등하여 5kg당 가격이 1년 만에 약 2200엔대에서 4000엔을 넘어서는 등 두 배 가까이 치솟았습니다. 이는 한국 쌀값의 2.5배가 넘는 수준입니다. 시장에서는 쌀 매대가 텅 비고 가구당 구매 수량을 제한하는 안내문이 붙는 등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으며, 외식업계는 메뉴 가격 인상, 밥 양 조절 등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복합적인 원인: 기후, 정책, 유통, 수요
일본 쌀 시장 혼돈의 배경에는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기후 변화입니다. 2023년 여름 일본을 덮친 기록적인 폭염으로 벼 생육기에 고온 장애가 발생하면서 쌀알이 제대로 여물지 못하고 하얗게 변하는 백미숙립(白未熟粒) 발생 비율이 높아졌습니다. 이로 인해 공식적인 생산량은 평년 수준을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식용으로 유통 가능한 고품질 쌀 생산량이 크게 줄었습니다. 현재 일본에서 재배되는 대부분의 쌀 품종이 고온에 취약하다는 점이 문제점을 심화시켰습니다.
수십 년간 이어진 일본 정부의 쌀 생산 감축 정책도 구조적인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쌀 소비 감소에 대응하여 논 면적을 대폭 줄이는 등 감산 정책을 꾸준히 시행해왔는데, 이는 예기치 못한 기후 변화나 수요 급증과 같은 외부 충격에 대한 시장의 완충 능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유통 단계의 문제점도 지적됩니다. 2024년산 쌀 수확량 증가 전망에도 불구하고 주요 집하업자들이 매입한 쌀의 양이 감소하는 '사라진 쌀'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는 유통업자들의 향후 가격 상승 예상에 따른 물량 조절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장기적인 소비 감소 추세와 달리 2024년에 예상치 못한 수요 증가가 발생한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국제 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쌀 소비 증가,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인한 외식업계 수요 증가, 그리고 자연재해 우려로 인한 일시적 사재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됩니다.
일본 정부의 대응과 한계
일본 정부는 쌀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비축미 방출에 나섰습니다. 또한, 수십 년간의 생산 감축 기조를 전환하여 향후 쌀 생산 목표량을 늘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기후 변화에 강한 내열성 신품종 개발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책들이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고령화된 농촌 현실과 신품종 개발 및 보급에 시간이 걸리는 점, 그리고 생산 증대가 장기적인 소비 감소 추세와 다시 충돌할 가능성 등 여러 한계가 존재합니다. 시장에서는 2025년까지 쌀 부족 현상과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상황과 식량 안보의 중요성
일본의 쌀 부족 사태는 과거 쌀 공급 과잉 문제에 직면했던 한국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현재 한국은 쌀 수급 능력에는 문제가 없지만, 식량이 국가 안보의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식량 독립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쌀을 제외한 밀, 콩 등 주요 곡물의 자급률이 매우 낮아 국제 곡물 시장 불안정에 취약한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한국 정부와 국회는 식량 안보 강화를 위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쌀 재배 면적을 줄이고 자급률이 낮은 다른 작물 생산을 늘리기 위한 '전략작물직불제'가 대표적입니다. 또한,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 농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모색되고 있습니다.
양곡관리법 논란: 시장과 정책의 충돌
한국에서는 쌀값 안정과 농가 소득 보장을 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큰 논란이 있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쌀값 하락 시 정부의 시장격리(매입)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통과시키려 했으나,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재정 부담 가중, 시장 왜곡 등의 이유로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민주당은 이 법안이 쌀값 폭락을 막고 농가 경영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며, 식량 안보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의무 매입이 쌀 생산을 더 늘려 구조적 과잉을 심화시키고, 막대한 재정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결국 개정안은 국회 재의결 문턱을 넘지 못하고 부결되었으나, 쌀을 둘러싼 정책적 논쟁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래 식량 안보를 위한 과제
일본의 쌀 부족 사태는 기후 변화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현실적인 위협임을 보여주며, 식량 생산 및 공급망의 안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쌀 문제 해결과 더불어 기후 변화 적응력 강화, 다른 곡물 자급률 제고,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국제 환경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보다 굳건한 식량 안보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농업 정책의 문제를 넘어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국민 생활 안정에 직결된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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