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미국 신용등급 'Aa1'으로 하향…끝나지 않는 부채 경고음

무디스, 미국 신용등급 'Aa1'으로 하향…끝나지 않는 부채 경고음
무디스 인트로

2025년 5월 17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상위 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습니다. 이로써 미국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에 이어 무디스로부터도 최고 등급을 반납하며, 3대 주요 신용평가사 모두로부터 최상위 신용등급을 상실하게 되었습니다. 무디스는 등급 전망은 기존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습니다. 이번 조치는 1917년 이후 무디스가 유지해 온 미국의 완벽한 신용등급이 처음으로 강등된 역사적 사건으로, 미국의 심화되는 재정 건전성 악화에 대한 시장의 깊은 우려를 반영합니다.

신용등급 강등 배경: 재정 적자 누적과 정치적 리더십 부재

무디스는 이번 등급 하향 결정의 핵심 요인으로 지속적인 대규모 재정 적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의 가파른 상승, 늘어나는 이자 상환 부담, 그리고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합의 도출 실패 등을 종합적으로 지목했습니다.

특히, 무디스는 과거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7년에 도입되었던 감세 조치가 현 트럼프 정부에 의해 연장될 경우, 향후 10년간 약 4조 달러의 추가 적자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러한 재정 악화는 이미 S&P (2011년 강등)와 피치 (2023년 강등)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낮추며 지적했던 미국의 재정 거버넌스 약화라는 구조적 문제와 일맥상통합니다. 3대 신용평가사 모두가 미국의 최고 신용등급을 박탈한 것은 미국 재정 건전성에 대한 시장의 보편적 비관론이 형성되었음을 시사합니다.

무디스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 10년 이상 정부 부채와 이자 지급 비율이 유사 등급의 다른 국가들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으로 증가한 것을 반영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역대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막대한 연간 재정 적자와 이자 비용 증가 추세를 반전시킬 조치에 합의하는 데 실패했다" 고 꼬집으며 정치권의 리더십 부재에 대한 우려를 명확히 했습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미국 국가 부채 현실

미국의 국가 부채는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2025년 초를 기준으로 총 국가 부채는 36조 달러를 돌파했으며, 공공부채의 GDP 대비 비율은 2025 회계연도에 10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현재와 같은 재정 정책이 유지될 경우, 이 비율이 2034년에는 116%, 심지어 2055년에는 156%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어, 미국 재정이 구조적이고 지속적인 악화 경로에 놓여 있음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처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국가 부채는 민간 투자 위축, 장기 경제 성장률 둔화, 시장 금리 상승, 정부의 재정 정책 여력 축소 등 미국 경제 전반에 걸쳐 심각한 연쇄 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특히 CBO는 2045년경에는 부채에 대한 평균 이자율이 경제 성장률을 넘어서는 소위 '부채의 함정(r>g)'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이는 이자 상환 부담만으로도 국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앙적 상황을 의미하며, 재정 안정화 노력을 극도로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연방 예산에서 이자 비용은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항목으로, 2025년 GDP의 3.2%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국방비나 메디케어(노인 의료지원) 지출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됩니다.

미국 부채 급증의 핵심 동인:

  • 만성적인 재정 적자: 정부 지출이 세입을 지속적으로 초과하는 구조적 불균형이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 과도한 지출 압력: 인구 고령화와 의료비 상승으로 사회보장연금 및 메디케어 관련 의무 지출이 급증하고 있으며, 동시에 국가 부채에 대한 이자 비용 또한 천문학적으로 불어나고 있습니다.
  • 세입 기반 약화: 2017년 감세안과 같은 대규모 감세 조치들이 정부 수입을 크게 줄였습니다.
  • 정치적 교착 상태: 재정 불균형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정책적 합의 도출에 반복적으로 실패하며 문제를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경제적 파장과 위태로운 미래 전망

높고 계속해서 증가하는 연방 부채는 장기적으로 시장 금리를 밀어 올려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이고 결국 민간 투자를 위축시키는 '구축 효과(crowding out)'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자본 축적 감소, 생산성 증가율 둔화, 그리고 실질 임금 성장 정체로 이어져 미국 경제의 활력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부 부채가 과도할 경우 경제 침체, 대규모 자연재해, 지정학적 위기 등 예기치 못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 정책적 역량이 현저히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의 부채 증가 추세가 지속 불가능한 경로에 접어들었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하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무지출 개혁을 포함한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과 동시에 세입 확충 방안을 마련하는 등 고통스럽지만 반드시 필요한 정치적 결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러한 근본적인 해결 노력 없이 시간을 허비할 경우, 미국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지고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며, 최악의 경우 통제 불능의 재정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는 암울한 경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디스는 이번 신용등급 하향 조정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제시한 배경에 대해 "미국 경제의 거대한 규모, 놀라운 회복탄력성 및 역동성, 그리고 글로벌 기축 통화로서 미국 달러화가 갖는 독보적인 지위와 같은 예외적인 신용 강점들이 여전히 건재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독립적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주도하는 매우 효과적인 통화 정책 운용의 오랜 역사 또한 미국 경제가 가진 중요한 안정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강점들이 현재 직면한 재정 건전성의 지속적인 악화라는 구조적 위험을 무한정 상쇄할 수는 없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입니다. 근본적인 재정 개혁을 위한 정치적 리더십과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미국의 장기적인 경제 성장 잠재력과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뉴스온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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