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내 가스레인지 사용이 수면무호흡증과 각종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굽고 볶는 요리가 많은 한국의 조리 환경에서는 초미세먼지, 이산화질소 등 유해물질 배출이 심각해 더욱 위험하다. 전문가들은 요리 시 철저한 환기와 전기레인지로의 전환 등 적극적인 대처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2025년 6월14일
가스렌지 사용 우리집 건강을 해치는 주범
매일 사용하는 가스레인지가 가족의 건강을 위협하는 '침묵의 살인자'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특히 굽고 볶는 요리가 많은 한국의 조리 특성상, 가스레인지 사용 시 발생하는 유해물질이 실내 공기를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수면무호흡증을 비롯한 각종 호흡기·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환기와 조리 습관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맛있는 냄새'에 숨겨진 유해물질의 위협
된장찌개가 보글보글 끓고, 고등어가 노릇하게 구워지는 저녁 시간. 정겨운 풍경 이면에는 건강을 위협하는 보이지 않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조리 기구는 연소 과정에서 다양한 유해 대기오염물질을 실내로 뿜어낸다.
주요 오염물질은 폐 깊숙이 침투해 각종 호흡기 질환과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초미세먼지(PM2.5)와 기도에 염증을 일으키고 천식 위험을 높이는 이산화질소(NO₂)다. 이 외에도 불완전 연소 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CO)와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 벤젠 등도 함께 배출된다.
최근 호주 멜버른 대학의 10년간의 추적 연구에 따르면, 가스 기기를 사용하는 가정의 경우 폐쇄성 수면무호흡증(OSA) 발생 위험이 최대 2.39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스 연소 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상기도 및 전신에 염증을 유발하여 수면 중 호흡을 방해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굽고 볶고 끓이고…韓 가정, 오염에 더 취약하다
문제는 한국의 조리 문화가 이러한 위험을 더욱 증폭시킨다는 점이다. 국이나 찌개를 장시간 끓이고, 고기나 생선을 굽고, 기름을 두르고 볶는 등 고온에서 조리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온 조리법은 음식 재료 자체에서도 다량의 유해물질(일명 '조리흄')을 발생시키지만, 가스 불꽃과 만나면서 오염물질 배출량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킨다. 실제로 국내 연구에 따르면, 고등어구이와 같이 연기가 많이 발생하는 요리를 할 때 주방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매우 나쁨'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많은 한국 가정의 주방은 매일 요리할 때마다 기준치를 초과하는 발암물질과 유해 가스가 생성되는 '대기오염의 진원지'가 되는 셈이다.
건강한 숨을 위한 주방 솔루션
전문가들은 가정 내 대기오염으로부터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다음과 같은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조리 중 환기는 필수:
- '창문 열고 후드 켜기'를 요리의 첫 단계로 삼아야 한다. 요리를 시작하기 전부터 창문을 열어 맞통풍을 시키고, 레인지 후드를 작동시켜야 한다.
- 후드는 요리가 끝난 후에도 최소 10분 이상 더 작동시켜 잔류 유해물질까지 모두 배출하는 것이 좋다. 특히 필터가 없는 재순환형 후드가 아닌, 오염물질을 외부로 배출하는 '덕트형' 후드가 효과적이다.
조리 기구의 전환 고려:
- 가스레인지 대신 유해물질 직접 배출이 없는 인덕션 등 전기레인지를 사용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 전기레인지 사용이 어렵다면, 튀김이나 구이 요리를 할 때는 에어프라이어나 전기 그릴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조리 습관의 작은 변화:
- 굽거나 튀기는 요리보다는 삶거나 찌는 방식으로 조리법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 조리 시 뚜껑을 덮으면 기름과 수증기가 튀는 것을 막아 오염물질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점점 더 밀폐되는 주거 환경은 역설적으로 실내 오염물질을 가두어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제는 실내 공기 질을 가족 건강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모두가 안심하고 숨 쉴 수 있는 주방 환경을 만들기 위한 사회 전체의 관심과 실천이 절실한 시점이다.
[뉴스온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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