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최저임금 10,320원 합의… 공공부문의 교묘한 최저임금 활용
2026년 최저임금이 합의로 10,320원에 결정됐다. 하지만 정부가 공공부문 예산지침·공공조달 제도에서 최저임금을 ‘지급 기준선’으로 활용하면서 저임금 구조를 고착화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이 진정한 생활임금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선제적 역할이 요구된다.
2025년7월11일
2026년도 최저임금 결정
2026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0,320원으로 확정됐다. 2025년 10,030원 대비 2.9% 오른 금액으로, 월 환산액(주 40시간·월 209시간 기준)은 2,156,880원이다. 이번 결과가 주목받는 이유는 17년 만에 노·사·공익위원이 표결이 아닌 ‘합의’로 결론을 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제도를 둘러싼 기대와 우려는 여전히 교차한다. 특히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최저임금을 ‘최저선’이 아닌 ‘지급 기준선’으로 활용하며 저임금 구조를 고착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17년 만의 합의, 그러나 기대와 우려는 여전
대한민국 최저임금 제도는 ▲근로자 기본생활 보장 ▲국민경제 건전한 발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지닌다. 이번 인상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이 늘어나 임금 격차가 완화되고, 소비 증대를 통해 내수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 영세 자영업자·중소기업의 존립이 위협받고, 고용 축소로 청년·고령층 등 취약계층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실제로 5인 미만 사업장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29.7%에 달해,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현실을 드러낸다. 인건비 상승이 물가로 전가돼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정부 스스로가 설계한 ‘최저임금 노동력 창출’
논란의 핵심은 최저임금 준수를 감독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공공부문에서 저임금 구조를 유지하는 데 최저임금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다.
예산 지침: 최저임금을 ‘지급 기준선’으로
정규직 공무원의 보수는 ‘인건비’ 항목으로 편성되지만, 공공기관 공무직·기간제 노동자의 보수는 변동 가능한 ‘사업비’ 항목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기획재정부 예산편성 지침은 공무직 보수를 “최저임금법이 정하는 사항을 준수”하도록 명시해 법적 최저선을 사실상의 지급 기준선으로 만든다. 일부 담당 공무원이 처우 개선을 시도해도 예외에 불과하며, 대다수 기관은 지침에 맞춰 최저임금 수준으로 임금을 책정한다.
공공조달: 최저가 경쟁이 낳은 저임금 구조
청소·경비 용역 등 공공조달 분야의 ‘적격심사낙찰제’는 여전히 가격을 핵심 평가 요소로 삼는다. 공공기관은 사업의 기준 금액인 ‘예정가격’을 산출할 때 노무비를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하고, 업체들은 그보다 낮은 금액으로 경쟁한다. 낙찰된 업체는 “예정가격 노임단가 × 낙찰률”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출발점 자체가 최저임금이기 때문에 실제 지급액은 법정 최저선에 수렴한다. 이처럼 정부가 직접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정가격 설계 단계에서 최저임금을 기준점으로 삼아 저임금 구조를 방치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책의 모순… ‘모범 사용자’ 역할이 절실
정부는 한편으로 사회 전체에 최저임금 준수를 강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거대한 고용주로서 자신의 운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저임금에 의존하는 모순된 정책을 펴고 있다. 이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위배하고 제도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정책적 비일관성’으로 지적된다. 17년 만의 사회적 합의라는 상징적 성과를 넘어 제도의 실질적 효과를 높이려면, 정부가 먼저 공공부문의 저임금 구조를 개선하고 ‘모범 사용자’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뉴스온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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