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 없는 권력, 사법부는 왜 신뢰 추락을 두려워 하지 않나?
대한민국 사법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재명 대표 관련 재판, 양승태 사법 농단 등 주요 사건과 전관예우, 재판 지연 등 구조적 문제로 국민 신뢰를 잃었다. 판결 불신과 일관성 없는 재판 속도 논란도 크며, 내부 견제 시스템 부재로 신뢰 하락에도 사법부가 자정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025년 5월 3일
무너지는 사법부 신뢰도
2025년 현재, 대한민국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2020년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6%가 법원 판결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신뢰한다는 응답은 29%에 불과했습니다. 2021년 통계청 조사에서도 법원 신뢰도는 51.3%로 과반을 겨우 넘겼고, 2023년 통계청 자료 분석 결과 법원 신뢰도는 48.5%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낮은 신뢰도는 최근 몇 년간 지속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신뢰 추락의 주요 원인: 반복되는 대형 사건과 스캔들
사법부 불신은 특정 사건 하나가 아닌, 여러 충격적인 사건과 논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정치 관련 대형 사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이어진 탄핵 및 파면 과정, 그리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대장동 개발 특혜, 성남FC 뇌물, 공직선거법 위반 등 다수의 법적 공방은 사법부를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서게 했고,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평가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이는 사법부의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양승태 사법 농단 사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특정 재판에 개입하고 판사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은 사법부 역사상 가장 심각한 신뢰 위기를 초래했습니다.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1심에서 관련자 전원이 무죄 판결을 받자 '제 식구 감싸기', '방탄 판결'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며 사법 시스템 자체에 대한 깊은 회의감을 남겼습니다.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판결, 일관성 없는 재판 속도
국민들이 법 감정이나 사회 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판결 역시 불신을 키웁니다. 아동 성폭력범 등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논란 이나 일반 상식과 동떨어진 판결들은 사법부의 판단 기준 자체에 대한 의문을 낳습니다.
재판 처리 속도의 문제도 심각합니다. 고질적인 재판 지연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격언처럼 국민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고 사법 시스템의 효율성에 대한 불만을 야기합니다. 1심 민사합의 사건 처리 기간은 2017년 293.3일에서 2023년 473.4일로 급증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 역시 재판 지연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반면, 특정 사건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재판이 진행되는 모습도 불신을 더합니다. 최근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이 대법원 판결 하루 만에 배당되고 첫 공판 기일이 잡히는 등 '속전속결'로 처리되자, 일각에서는 정치적 고려나 다른 사건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사법부가 스스로 권위를 무너뜨린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일관성 없는 재판 속도는 사법부가 특정인이나 특정 사건에 따라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합니다.
불신에도 꿈쩍 않는 이유: 견제 없는 권력과 구조적 문제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이토록 낮음에도 불구하고, 왜 사법부는 크게 반응하거나 변화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까요?
- 견제 시스템 부재: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사법부 내부의 잘못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책임을 물을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양승태 사법 농단 사건에서 보듯, '제 식구 감싸기' 행태는 사법부가 스스로에게 죄를 묻는 데 소극적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 고질적인 전관예우: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친정인 법원, 검찰에서 유리한 대우를 받는 '전관예우' 관행은 '법 앞의 평등' 원칙을 훼손하고 '유전무죄 무전유죄' 인식을 강화하는 핵심 원인입니다. 이는 사법 불신의 가장 심각하고 고질적인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 논의는 있었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더딥니다.
- 정치적 영향력 및 독립성 부족 인식: 사법부가 정치 권력의 영향을 받거나 스스로 정치적으로 편향된 결정을 내린다는 인식 역시 문제입니다. 사법부가 독립성을 지키기보다 정치권의 눈치를 보거나 특정 세력과 가까워지려는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결국, 사법부는 국민의 신뢰라는 중요한 자산을 잃어가고 있지만, 내부 견제 시스템의 부재와 전관예우 같은 구조적 문제, 그리고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인식 속에서 변화의 동력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시스템적 문제와 자정 능력의 한계 때문일 것입니다. 사법 신뢰 회복은 단순히 몇몇 사건의 공정한 해결을 넘어,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 해결과 사법부 스스로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한 지난한 과제입니다.
[뉴스온블로그]
구독자에게 드리는 개인적 의견 (구독은 무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