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주 4일 근무, 현실화될 수 있을까?

주 4일제는 단순 근로시간 단축을 넘어 개인 행복, 기업 혁신, 사회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패러다임 전환이다. 워라밸 향상, 생산성 유지·증가, 인재 유치 등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임금 감소 우려, 업무량 조절, 산업별 적용 난항 등 과제가 존재한다. 성공 사례(아이슬란드, 코아드)와 실패 사례(스페인, 독일)에서 교훈을 얻어, 재정·컨설팅 지원, 법적 기반, 노사정 합의 등 체계적 정책으로 지속 가능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2025년 5월 18일

단순한 대선 공약을 넘어, 주 4일 또는 4.5일 근무제가 한국 사회의 일하는 방식과 삶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뜨겁습니다. 이는 단순히 '더 적게 일하는 것'을 넘어, 개인의 행복 증진과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나아가 사회 전체의 혁신 동력 확보라는 다층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국내외 다양한 성공과 도전 사례, 그리고 필요한 정책적 지원을 통해, 주 4일제가 가져올 변화의 명암과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조건을 분석합니다.

'저녁 있는 삶'을 넘어 '성장하는 삶'으로

근로시간 단축은 노동자에게 다각도의 긍정적 변화를 약속합니다.

  • 워라밸을 통한 '삶의 풍요': 늘어난 개인 시간은 가족과의 유대 강화, 취미 활동, 충분한 휴식을 가능케 하여 전반적인 생활 만족도를 높입니다. 이는 스트레스 감소와 정신적·육체적 건강 증진으로 이어져, 영국 시범사업에서는 참여자의 번아웃 증상이 71% 감소하는 결과도 나타났습니다.
  • 업무 몰입도와 창의성 신장: 충분한 휴식과 재충전은 오히려 업무 집중도를 높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촉발하는 동기가 됩니다. '주어진 시간 안에 최고의 성과를 내겠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불필요한 업무 관행이 개선되는 효과도 기대됩니다.
  • 자기계발과 경력 성장: 확보된 여유 시간은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거나 직무 관련 역량을 강화하는 투자로 이어져, 개인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고 장기적인 경력 개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임금 감소에 대한 현실적 우려와 함께, 업무량 변화 없이 시간만 줄어들 경우 오히려 노동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비용 압박인가, 혁신의 기회인가?

기업과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양면성을 지닙니다.

  • 생산성의 역설, '더 적게 일하고 더 많이 생산한다?': 많은 연구와 사례는 근로시간 단축이 반드시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일본 마이크로소프트는 주 4일제 실험 기간에 생산성이 약 40% 향상되었고, 아이슬란드와 영국의 대규모 실험에서도 생산성이 유지되거나 향상되는 결과가 관찰되었습니다. 이는 집중도 향상과 업무 프로세스 개선 덕분입니다.
  • 기업 경쟁력과 지속 가능성: 우수 인재 확보와 유지는 기업의 핵심 경쟁력입니다. 주 4일제는 특히 워라밸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인 근무 조건으로 작용하여, 채용 경쟁력을 높이고 핵심 인력의 이탈을 막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국내 중소기업 코아드의 경우, 주 4일제 도입 후 신입 공채 경쟁률이 100대 1에 달했습니다.
  • 운영 효율성과 혁신 촉진: 에너지 절감, 사무 공간 운영 효율화 등 부수적인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근로시간 단축을 계기로 기업 스스로 비효율적인 업무 관행을 개선하고, 스마트 기술 도입 등 혁신을 가속하는 동기가 부여된다는 점입니다.

반면, 임금 보전 시 인건비 상승 부담, 산업 특성에 따른 적용의 어려움, 그리고 단기적인 생산량 감소 가능성은 경영계가 신중론을 펴는 이유입니다.

빛과 그림자: 성공과 실패 사례에서 배우는 교훈

주 4일 근무제가 '만능 열쇠'는 아닙니다. 성공적인 도입 이면에는 철저한 준비와 노력이 있었으며, 반대로 어려움을 겪거나 실패한 사례도 존재합니다.

  • 성공적인 안착, 그 조건은?:
    • 해외의 지혜: 아이슬란드는 정부와 노조의 긴밀한 협력, 공공부문 선도 후 민간 확산, 점진적 시행을 통해 전국 노동자의 86%가 임금 감소 없는 근로시간 단축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핵심은 회의 시간 단축,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 등 '스마트 워크'로의 전환이었습니다. 영국 파일럿의 성공 역시 다양한 산업 분야 기업들이 사전 컨설팅을 통해 조직 문화를 유연하게 조정하고, 직원들의 생산성 향상 노력이 더해진 결과입니다.
    • 국내의 가능성: 교육기업 휴넷은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로 직원 만족도와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를 봤으며, 제조업체 코아드는 생산성 유지와 함께 우수 인재를 대거 유치했습니다. 부산의 스타트업 뉴라이즌 역시 설립 초기부터 주 4일제를 통해 매출과 고용 모두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 도전과 실패의 교훈:
    • 임금 삭감의 함정: 스페인 통신 대기업 텔레포니카의 경우, 15% 임금 삭감을 조건으로 한 주 4일제 시도에 직원들의 참여가 매우 저조했습니다. 이는 임금 보전이 제도 수용성의 핵심임을 보여줍니다.
    • 업무 특성 미고려: 독일의 한 여행사는 금요일 휴무 후 월요일 업무 폭탄으로 직원들이 과로하게 되어 결국 주 4일제를 철회한 사례가 있습니다.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 준비 없는 단축의 위험: 프랑스의 과거 주 35시간 근무제는 실업률 감소 목표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들이 법의 허점을 이용하고 실제 근로시간 단축 효과가 미미하여 혼재된 결과를 낳았습니다. 단순히 법으로 시간을 규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업무량 조정과 기업 문화 개선이 병행되어야 함을 시사합니다.
    • 업무 강도 증가: 일부 기업에서는 근무 시간은 줄었지만, 업무량은 그대로여서 남은 근무일의 업무 강도가 오히려 높아지고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성공적 전환을 위한 정책적 지원: 지속 가능한 시스템 구축

주 4일 근무제가 한국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다각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 재정 및 세제 지원:
    • 중소기업 부담 완화: 주 4일(또는 4.5일)제 도입에 따른 초기 비용, 특히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 증가분을 완화하기 위한 직접적인 재정 지원금 또는 세액 공제 혜택이 필요합니다. 스페인 정부나 국내 경기도의 중소기업 지원 시범사업이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습니다.
    • 생산성 향상 투자 지원: 기업이 업무 자동화 시스템, 스마트 공장 구축 등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R&D 자금 지원, 시설 투자 융자 확대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 컨설팅 및 교육 지원:
    •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 지원: 기업들이 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며, 성과 관리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전문 컨설팅 및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합니다.
    • 성공·실패 사례 공유 플랫폼 구축: 국내외 다양한 도입 사례와 운영 노하우, 시행착오 등을 공유하여 기업들이 벤치마킹하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 법·제도적 기반 마련:
    • 유연하고 합리적인 근로시간 제도: 현행 근로기준법 체계 내에서 주 4일제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선택적 근로시간제나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활용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등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법적 기준을 제시해야 합니다.
    • 포괄임금제 등 관련 제도 정비: 장시간 근로를 유발하는 포괄임금제와 같은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거나 폐지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공짜 야근' 없는 실질적인 근로시간 단축이 가능합니다.
    • 근로자 권익 보호 장치 강화: 근로시간 단축이 임금 감소나 고용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부당한 처우를 방지하기 위한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 사회적 대화 및 공감대 형성:
    • 노사정 파트너십 구축: 노동계, 경영계, 정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식적인 사회적 대화 기구를 통해 도입 모델, 적용 범위, 시행 시기, 지원 방안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합니다.
    • 국민적 공감대 확산: 주 4일 근무제의 잠재적 혜택과 도전 과제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다양한 시범사업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적 이해와 지지를 확보해야 합니다.

단순한 공약을 넘어 지속 가능한 사회 시스템으로

주 4일 근무제 논의는 한국 사회가 장시간 노동이라는 낡은 관행에서 벗어나, 일과 삶의 조화, 개인의 창의성 존중, 그리고 기업의 혁신 역량 강화를 통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실패 사례에서 교훈을 얻고, 성공 사례의 지혜를 빌려, 탄탄한 정책적 지원 위에서 노사정이 함께 노력한다면, '덜 일하고 더 행복하며 더 많이 성취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근무 형태의 변화를 넘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 동력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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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일 근무가 불러올 또 다른 '차별'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