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의 꿈이 악몽으로”...계약 해제는 왜 하늘의 별 따기인가

진천 풍림아이원 사태로 드러난 아파트 선분양 계약 해제의 어려움은 심각하다. 중도금 납부 후에는 시행사 과실이 명백해도 수분양자는 기나긴 소송을 각오해야 한다. 특히 수분양자 과실로 해제 시 계약금 포기는 물론, 대납된 중도금 이자에 법정이자까지 더한 ‘숨겨진 부채’를 떠안게 된다. 반면 시행사 귀책 시에는 이자 반환 의무가 없음을 법적으로 다퉈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계약 전, 계약서와 시행사의 사업 수행 능력을 철저히 검증하는 것만이 유일한 예방책이라고 강조한다.

“내 집 마련의 꿈이 악몽으로”...계약 해제는 왜 하늘의 별 따기인가
진천 풍림아이원 단지 모형모델

2025년8월1일

진천 풍림아이원 사태로 본 선분양제의 덫…시행사 과실에도 수분양자만 ‘피눈물’

전문가들 “계약서 확인과 시행사 능력 검증만이 최선의 예방책”

‘내 집 마련’의 부푼 꿈을 안고 아파트 분양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만, 그 꿈이 끝없는 악몽으로 변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최근 충북 ‘진천 풍림아이원’ 사태는 시행사의 사업 지연이 수분양자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그리고 한번 맺은 계약의 족쇄를 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시행사의 명백한 잘못이 있어도, 계약 해제를 위해서는 결국 개인이 ‘재판’이라는 험난하고 긴 싸움에 나서야 하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중도금 납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다

아파트 분양 계약에서 ‘중도금’은 법적으로 ‘돌아올 수 없는 강’과 같다. 계약금만 낸 상태에서는 수분양자가 계약금을 포기하면 비교적 자유롭게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중도금이 납부되면, 법원은 이를 계약의 본격적인 ‘이행의 착수’로 간주한다. 이때부터는 개인 사정이나 단순 변심에 의한 일방적인 계약 해제는 불가능해진다.

결국 중도금 납부 후 계약을 무를 수 있는 길은 분양사와의 ‘합의해제’ 또는 분양사의 귀책 사유를 입증하는 ‘법정해제’뿐이다. 하지만 분양사가 순순히 합의에 응할 가능성은 희박하며, 결국 수분양자는 소송을 통해 분양사의 잘못을 입증해야 하는 힘겨운 길에 내몰리게 된다.

시행사 잘못 있어도…입증 책임과 비용은 수분양자 몫

대부분의 분양 계약서는 ‘입주예정일로부터 3개월을 초과하여 입주할 수 없게 된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이는 가장 명확한 해제 사유 중 하나지만, 천재지변 등 분양사의 책임이 아닌 사유가 개입되면 다툼의 소지가 생긴다.

허위·과장 광고나 설계와 다른 시공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법원은 통상적인 상술과 고의적인 ‘기망’을 엄격히 구분하며 , 하자의 경우에도 도저히 거주가 불가능할 정도의 ‘중대한 하자’가 아니라면 계약 해제보다는 하자보수나 손해배상의 대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11. 결국, 명백해 보이는 시행사의 과실조차도 그 입증 책임과 소송 비용은 오롯이 수분양자의 몫으로 남는다.

계약 해제의 재정적 함정: 누가 잘못했나?

계약 해제 과정의 가장 큰 재정적 쟁점은 ‘중도금 대출 이자’다. 이 책임은 계약 파탄의 원인을 누가 제공했는지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 수분양자 과실로 해제 시: 수분양자가 중도금 미납 등 자신의 잘못으로 계약을 해제해야 한다면, 단순히 계약금(통상 분양대금의 10%)을 위약금으로 포기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분양사가 대신 내주던 중도금 이자 전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하며, 여기에 더해 민법 규정에 따라 이자가 발생한 각 시점부터 연 5%의 법정이자가 ‘복리’처럼 붙는다. 이 ‘숨겨진 부채’는 수분양자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금액이 될 수 있다.
  • 시행사 과실로 해제 시: 반면, 입주 지연 등 명백한 시행사의 잘못으로 계약이 해제될 경우, 법원은 시행사가 대납한 이자를 ‘스스로의 사업상 비용’으로 본다. 계약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귀책 당사자가 자신의 사업 손실을 선량한 수분양자에게 전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설령 계약서에 불리한 조항이 있더라도, 이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불공정 약관’으로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묻지마 청약’은 금물…스스로 살피는 것이 최선

‘진천 풍림아이원 사태’와 같은 비극을 피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계약 전 철저한 확인과 검증을 강조한다.

  1. 분양계약서 꼼꼼히 확인: 계약 해제 조건, 위약금 조항, 입주 지연 시 책임 소재 등 독소조항은 없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특히 위약금이 분양대금의 10%를 초과하는 등 과도하게 책정된 경우, 약관규제법에 따라 무효가 될 수 있다.
  2. 시행사 수행능력 검증: 계약에 앞서 시행사의 과거 사업 이력, 재무 건전성, 시공사의 신용도 등을 반드시 살펴야 한다. 토지 소유권이 시행사에게 있는지, 자금 관리는 신뢰할 수 있는 신탁사가 맡고 있는지도 중요한 확인 사항이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대한민국의 법과 금융 시스템은 한번 체결된 계약의 완성을 보호하는 쪽으로 구조화되어 있다”며 “계약 해제는 원칙이 아닌 예외이며 그 책임은 해제를 원하는 쪽에 무겁게 지워지는 만큼,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의 신중한 검토만이 미래의 위험을 막는 유일한 길”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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